경제학 도서의 바이블,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토드 부크홀츠
“이 글은 개인적인 공부 및 정보 공유용이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각 투자자에게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핀피커입니다.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는 경제학 이론의 역사를 스토리처럼 훑으면서, 오늘 우리가 겪는 인플레이션, 무역갈등, 복지 논쟁까지 한 번에 조망하게 해주는 입문서입니다.
1989년 초판이었고,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된 책입니다. 출간된 지는 꽤 오래됐지만, 애덤 스미스부터 케인스, 프리드먼, 행동경제학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알고 나면, 현재의 AI, 인플레, 양극화 이슈도 죽은 경제학자들의 논리로 다시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책의 내용과 올해의 흐름을 함께 적어봤습니다.

1. 책의 큰 흐름
이 책은 경제학사를 연대기가 아니라 대표 경제학자와 키워드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 중세의 정당한 가격을 논하던 토마스 아퀴나스
- 애덤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 분업, 자유무역)
- 맬서스, 리카도 (인구론, 지대론, 비교우위)
- 마르크스 (자본주의 비판과 잉여가치론)
- 한계혁명, 마셜 (수요, 공급, 한계효용)
- 케인스 (총수요, 정부 개입, 승수효과)
- 프리드먼, 통화주의 (통화량, 인플레이션)
- 공공선택론, 시카고학파, 행동경제학 등
저자는 각 장마다 경제학자의 삶과 시대 배경 → 핵심 개념 → 오늘날 사례 순으로 풀어놓았습니다. 이론이 아니라 생각의 프레임으로 책장이 넘어가게 됩니다.

2. 애덤 스미스와 고전파 : 보이지 않는 손
(1) 책 속 내용 요약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1776)] 에서 분업과 자유무역,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개념으로 현대 시장경제의 출발점을 제시합니다. 사람들은 이타심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좇지만, 경쟁과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면 사회 전체의 부가 커진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으로 한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더 잘하더라도, 서로 특화된 것을 교역하면 모두 이득이라는 통찰을 제시했고, 이 책은 빵, 와인, 직물 같은 예시로 이를 직관적으로 설명합니다.
(2) 현재와의 연결 : 자유무역이 IRA와 반도체법으로 변형
지금에 이르러서는 경제학자들이 꿈꿨던 순수한 자유무역은 사라지고 안보가 섞인 통제무역이 자리 잡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7년 국방예산을 1조 5,000억 달러로 증액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CHIPS법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생산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가장 효율적인 곳에서 생산하자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과는 정반대 방향입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300조 원 넘게 투자하면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순수 경제 논리라면 한국에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인 것을 누구나 압니다. 그러나 안보, 정치, 동맹 압박은 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현실입니다. 특히 트럼프정권이 들어선 요즘은 더 그렇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우위의 틀은 여전히 작동합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삼성, 하이닉스), 미국은 AI 칩(엔비디아), 대만은 파운드리(TSMC), 독일은 정밀 제조 설비(ASML)로 각자의 강점을 살려 교역합니다. 다만 그 교역이 순수한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부가 설계한 공급망 안에서 이뤄진다는 게 차이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까?
- 경제학자들의 논리로 보면 어떤 나라가 어떤 산업에 진짜 강한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실제 투자 판단은 정부 정책이 그 강점을 어떻게 왜곡하거나 강화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예시 : 삼성전자에 투자한다면, HBM 기술력(비교우위)뿐 아니라 미국 IRA, CHIPS법이 삼성의 미국 공장 수익성에 미칠 영향도 분석하기

3. 토머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 칼 마르크스 : 비관과 비판, 그리고 현대
(1) 책 속 내용 요약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 (1798)] 에서 인구는 기하급수, 식량은 산술급수로 증가한다며 맬서스의 덫을 경고했습니다. 멜서스의 덫은 인구 증가가 식량 생산을 앞질러 전쟁, 질병, 기근으로 인구가 억제되는 비관적 순환을 의미합니다. 결국 식량 부족, 전쟁, 질병으로 인구가 조절될 것이라는 비관론입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지대, 토지 희소성에 주목했고, 생산성 향상에도 지주가 과실을 가져가는 구조를 비판하며 장기 경제정체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 (1867)] 에서 자본주의가 노동자를 생계임금 수준으로 묶어두고, 자본 집중과 노동자 예비군(실업자)를 만들어 결국에는 내부 모순으로 붕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 현재와의 연결 : 경제학자들의 비관이 완전히 틀렸을까?
토머스 맬서스의 예측은 어느정도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출산률 저하로 인구가 이미 감소하고 있네요. 또, 녹색혁명(고수확 품종, 화학비료)과 농업 기술 발전으로 인류는 식량 부족의 덫을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맬서스 덫은 업데이트되어 현대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 가격 불안, 물 부족, 에너지 위기는 21세기 버전의 자원 제약입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밀 가격이 폭등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곡창지대였기 때문에 전쟁이 곧바로 글로벌 식량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맬서스가 경고했던 자원 제약이 인류를 위협한다는 논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칼 마르크스의 예측도 부분적으로 틀렸습니다. 자본주의는 붕괴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전체 파이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자본 집중과 불평등 문제는 놀랍도록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인 제 급여가 올랐으면 좋겠네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자본 수익률(r)이 경제 성장률(g)보다 크면 자산가와 근로자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 집중과 잉여가치 논쟁의 21세기 버전입니다.
한국의 현실로 보면 이렇습니다.
- 2026년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은 중위소득 가구가 20~30년 일해도 살 수 없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상급지 중 하나인 서울숲역의 아크로포레스트는 26.01.29 기준 매매가가 175억 원입니다.
- 30대 직장인 기준,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기업 정규직은 연봉 1억 원을 받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보통 3,000~4,000만 원대, 그 이하인 경우도 많습니다.
- 부동산, 주식을 보유한 사람과 현금만 들고 있는 사람의 자산 격차는 매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으로 부자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자산을 보유해야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구조입니다. 마르크스가 경고했던 그 구조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까?
- 맬서스, 마르크스의 비관론은 현금만 들고 있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무언가를 보유한 사람이 구조적으로 유리합니다.
- 따라서 부동산, 주식, 금 같은 투자 및 실물자산에 일정 비중을 배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수입니다.

4. 한계혁명과 신고전파 : 수요, 공급, 한계효용 vs 행동경제학 이론
(1) 책 속 내용 요약
19세기 후반 알프레드 마셜, 칼 멩거, 레옹 왈라스, 빌프레도 파레토 등은 노동만이 가치라는 칼 마르크스와 고전파의 틀을 깨고, 한계효용과 수요, 공급, 균형 개념으로 현대 미시경제학을 만들었습니다.
- 한계효용 : 같은 것을 계속 더 가질수록 만족이 줄어듬
- 수요법칙 :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는 줄고, 내려가면 늘어남
- 파레토 효율 : 누구도 더 나빠지지 않으면서 더 좋아지게 할 수 없는 상태
(2) 현재와의 연결 : 교과서 미시경제학 vs 실제 인간 투자 행동
신고전파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으로 한계효용을 계산해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2020년대 주식, 코인 시장을 보면 이 가정은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행동경제학(대니얼 카너먼, 아모스 트버스키)은 인간은 체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걸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몇 가지 핵심 개념을 현실 사례와 연결해보겠습니다.
1) 손실회피 (Loss Aversion)
사람들은 이익을 얻는 기쁨보다 손실을 보는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낍니다. 그래서 주식이 10% 떨어지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회복하겠지라며 계속 들고 있다가 -30%, -50%까지 손실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2022년 코인 폭락 때,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7,000만 원에 샀다가 2,000만 원까지 떨어졌는데도 손절하면 진짜 손해라며 계속 들고 있었습니다. 합리적이라면 손절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하지만,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하는 심리 때문에 계속 물려 있게 됩니다.
2) 프레이밍 효과 (Framing Effect)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이 주식은 70% 성공 확률이 있습니다” vs “이 주식은 30% 실패 확률이 있습니다”
내용은 같지만, 첫 번째 표현을 들으면 더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목표주가 상향, 매수 추천 같은 긍정적 프레이밍이 많습니다. 같은 기업이라도 실적 악화 우려라고 쓰면 매도하고 싶어지고, 일시적 조정 후 반등 기대라고 쓰면 보유하고 싶어집니다.
3) 군중심리 (Herding)
사람들은 남들이 사니까 따라 사고, 남들이 파니까 따라 팝니다.
2021년 게임스톱(GameStop) 사태는 좋은 예시입니다. 주가가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400달러까지 폭등했다가 다시 폭락했습니다. 레딧(Reddit) 커뮤니티에서 다같이 사자! 라는 움직임에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동참했고, 결국 뒤늦게 산 사람들이 큰 손실을 봤습니다.
한국에서도 2020~2021년 동학개미운동 때 삼성전자가 9만 원을 넘었고, 많은 사람들이 10만 전자 간다며 고점에서 매수했다가 손실을 봤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까?
- 내 투자 결정이 정말 합리적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 는 아닌지,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 들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보세요. 몇년 째 물린 주식을 빼지도 못하고 버티고 있는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 손절 기준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 손실이 나면 무조건 매도’와 같은 규칙을 정해두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 역발상 투자를 고려하세요. 모두가 사고 싶어할 때는 조심하고, 모두가 팔고 싶어할 때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역발상 투자를 위해 최근 외면받고 있는 주식테마를 찾아 포스팅했었습니다. 워렌 버핏의 명언,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하라”가 바로 이 원리입니다.

5. 존 케인스 vs 밀턴 프리드먼 : 불황과 인플레 속 정부의 역할
(1) 책 속 내용 요약
저자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밀턴 프리드먼(통화주의)을 중심으로,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를 핵심 논점으로 다룹니다.
존 케인스(1936년 –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
- 시장이 항상 스스로 균형을 찾지 못하며, 불황기에는 유효수요 부족 때문에 실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래서 정부 지출 및 적자를 통해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재정정책을 강조했습니다.
- 승수효과 : 정부가 1원을 쓰면 경제 전체로는 1원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학파 (1960~70년대)
- 장기적으로는 물가가 통화량 증가에 의해 결정되며, 정부의 과도한 재정 및 통화 개입은 인플레이션과 왜곡만 낳는다고 비판합니다.
- 통화량 규칙(M 성장률 고정)과 시장 중심 정책을 주장했습니다.
- 자연실업률 개념 : 단기적 재정 확대로는 실업률을 낮출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인플레만 높인다고 봅니다.
(2) 현재와의 연결 : 케인스는 코로나 때, 프리드먼은 인플레 국면에서 다시 소환되었다
1) 코로나19 팬데믹 (2020~2021) : 존 케인스 소환
2020년 코로나19로 전세계 경제가 멈췄을 때, 각국 정부는 케인스의 처방전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 미국 : 3차례 재난지원금 지급, 실업수당 확대, 총 5조 달러 규모 재정 지출
- 한국 : 전국민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 고용유지지원금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QE)로 시중에 돈을 풀었습니다. 연준은 국채와 MBS를 매달 1,200억 달러씩 매입했습니다.
결과적으론 경제가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2020년 2분기 미국 GDP는 -31.2%(연율) 폭락했지만, 2021년에는 다시 5.8% 성장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존 케인스의 논리가 옳았던 것 같습니다.
2) 인플레이션 폭발 (2021~2023) : 밀턴 프리드먼 소환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돈을 풀었더니 인플레이션이 폭발했습니다.
- 미국 CPI : 2021년 7%, 2022년 9.1% 기록 (40년 만에 최고치)
- 한국 CPI : 2022년 5.1% 기록 (24년 만에 최고치)
밀턴 프리드먼이 경고했던 그대로입니다. ‘장기적으로 물가는 통화량에 의해 결정된다.’ 돈을 너무 많이 풀면 결국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경고가 맞아떨어진 겁니다.
그래서 2022~2023년 각국 중앙은행은 급격하게 금리를 올렸습니다. 연준은 2022년 한 해에만 기준금리를 0.25%에서 4.5%까지 올렸습니다. 한국은행도 0.5%에서 3.5%까지 올렸습니다.
3) 2026년 현재 : 케인스 + 프리드먼
2026년 현재 한국 인플레이션은 2.8% 수준으로 완화됐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고 있고, 미국 연준은 25년 12월 이후로 3.75%로 금리하락 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앙은행들이 고민하는 건 언제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인가입니다.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가 다시 살아날 수 있고(프리드먼의 경고), 너무 늦게 내리면 경기침체가 올 수 있습니다(케인스의 우려).
결국 케인스와 프리드먼 중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가 핵심이 되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까?
1) 중앙은행 정책 방향 예측
- 경기침체 우려가 클 때는 케인스식으로 금리 인하, 재정 확대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 주식,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에 유리
- 인플레이션 우려가 클 때는 프리드먼식으로 금리 인상, 통화 긴축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 채권, 현금 같은 안전자산에 유리
2) 뉴스 잘 읽기
- Fed 의장, 경기침체 우려 언급 → 케인스식으로 금리 인하 진입 신호
- Fed 의장, 인플레 경계 강조 → 프리드먼식으로 금리 동결 또는 인상 가능성
3) 포트폴리오 조정
- 금리 인하 국면 (케인스) : 성장주, 테크주, 부동산 비중 확대
- 금리 인상 국면 (프리드먼 모드) : 배당주, 채권, 현금 비중 확대

6. 공공선택, 법경제학, 행동경제학 : 시장 밖의 경제학 확장
(1) 책 속 내용 요약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공공선택론, 법경제학, 행동경제학으로 경제학의 확장 영역을 소개합니다.
1) 공공선택론 (제임스 뷰캐넌 등)
정치인과 관료도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주체로 보고, 정부 실패 및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을 분석합니다. 왜 정부는 때때로 비효율적인 정책을 만들까?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2) 법경제학 (로널드 코즈, 리처드 포스너)
법과 규제가 자원배분과 인센티브를 어떻게 바꾸는지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손해배상액, 안전규제가 기업의 안전 투자 유인을 결정합니다.
3) 행동경제학 (대니얼 카너먼, 아모스 트버스키)
인간의 비합리성, 인지편향, 제한된 합리성을 실험으로 보여주며, 기존 모형을 보완합니다. 2002년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 현재와의 연결 : 권력과 구조와 규제
1) 공공선택론 : 왜 정부는 빅테크 규제를 제대로 못 할까?
공공선택론은 정부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정치인은 재선을 원하고, 국회의원은 자신이 속한 당의 이익을, 고위공무원은 자신이 속한 국의 예산 확대를 원합니다. 그래서 국민 전체 이익보다 특정 이익집단(로비력이 강한 기업, 압력단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구글, 애플,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매년 수억 달러를 로비에 씁니다. 그 결과 반독점 규제가 수년간 지연되거나 약하게 나옵니다. EU는 디지털시장법(DMA)으로 강력하게 규제하는 반면, 미국은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이는 빅테크의 로비력과 정치 기부가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산업(건설, 금융, 통신 등)의 규제가 느슨한 이유는 해당 업계의 로비와 정치 기부, 관료 재취업(회전문 인사) 구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2) 법경제학 : EU 탄소국경세가 한국 철강업체에 미치는 영향
법경제학은 규제가 경제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분석합니다.
EU는 올해인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합니다. 이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철강, 시멘트, 비료 등)을 EU에 수출할 때 탄소 비용을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포스코 같은 한국 철강업체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 탄소 배출을 줄이는 설비에 투자 (수소환원제철, CCUS 등) → 단기 비용 증가, 장기 경쟁력 확보
- EU 수출을 줄이고 다른 시장으로 전환 → 매출 감소 위험
법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CBAM이라는 규제가 기업의 투자 결정과 자원 배분을 완전히 바꾸는 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규제에 대응 잘 하는 기업과 대응 못 하는 기업을 구분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대응 방법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주도 테마의 변화흐름이 나타나게 될 수도 있으니, 면밀히 살펴야겠습니다.
3) 행동경제학 : 왜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폭락해도 계속 사들일까?
앞서 4장에서 다뤘지만, 행동경제학은 2020년대 투자 현상을 설명하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입니다.
2021년 비트코인이 8,000만 원까지 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이 1억 간다며 고점에서 매수했습니다. 그 후 2,000만 원까지 폭락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더 떨어질 리 없으며, 곧 반등할 것이라며 계속 물타기(추가 매수)를 했습니다.
이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가 결합된 현상입니다.
- 확증편향 : 자기가 믿고 싶은 정보만 찾아보고, 반대 정보는 무시합니다.
- 매몰비용 오류 : 이미 많이 샀으니 지금 팔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계속 들고 있습니다.
합리적이라면 손절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일단 저도 그런 편입니다.

7. 이 책에서 배운 경제 논리, 구조, 흐름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읽으면, 경제학이 단순히 공식과 그래프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사고 체계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논리와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 논리 1 : 시장 vs 정부, 자유 vs 통제의 영원한 긴장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자원을 누가,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입니다.
- 애덤 스미스 : 시장에 맡겨라.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조정한다.
- 존 케인스 : 시장은 때때로 실패한다. 정부가 개입해서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 밀턴 프리드먼 : 정부 개입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시장으로 돌아가라.
- 칼 마르크스 : 시장도 정부도 믿을 수 없다.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다.
2026년이 된 현재, 우리가 보는 모든 경제 논쟁은 이 네 관점의 조합입니다.
- 미국 IRA, CHIPS법 : 케인스식 정부 개입 + 스미스식 시장 활용 조합
- 한국 부동산 정책 : 시장 vs 규제의 끝없는 줄다리기
- 중국 경제 : 마르크스식 국가 통제 + 시장경제 요소 혼합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정부가 어떤 경제학자의 방식을 중심으로 시장을 대하고 있는 지를 읽는 게 중요합니다. 시장 중심 정책이 나오면 기업 친화적 환경이고, 규제 중심 정책이 나오면 특정 산업이 타격을 받습니다.
핵심 논리 2 : 인플레이션과 성장의 트레이드오프
경제학의 또 다른 핵심 딜레마는 성장을 위해 돈을 풀면 인플레가 오고, 인플레를 잡으려면 성장이 멈춘다는 겁니다.
- 존 케인스 : 불황일 때는 인플레 걱정 말고 돈을 풀어서 수요를 만들어라.
- 밀턴 프리드먼 : 장기적으로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만 만든다. 절제하라.
2020~2023년에 우리가 겪은 게 바로 이 딜레마입니다. 코로나 때는 성장이 급했고(케인스 모드), 인플레가 폭발하자 긴축으로 돌아섰습니다(프리드먼 모드). 2026년 현재는 언제 다시 완화할 것인가를 두고 줄다리기 중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통화정책 사이클을 읽는 게 핵심입니다.
- 완화 국면(금리 인하, M2 증가) : 주식, 부동산, 위험자산 유리
- 긴축 국면(금리 인상, M2 감소) : 채권, 현금, 안전자산 유리
핵심 논리 3: 합리성의 한계와 인간 본성
신고전파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가정했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체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 손실회피 : 이익보다 손실을 2배 크게 느낀다 → 손절 못 하고 물린다
- 군중심리 :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 → 버블 형성
- 확증편향 : 믿고 싶은 정보만 본다 → 잘못된 투자 지속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행동경제학을 알면 내 실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핵심 구조 : 미시 → 거시 → 제도 → 심리의 4단계 프레임
경제학은 크게 4단계로 진화했습니다.
1) 1단계 : 미시경제학 (19세기 후반)
- 개인과 기업의 선택, 수요+공급, 가격 메커니즘
- 대표 : 알프레드 마셜, 레옹 왈라스
2) 2단계 : 거시경제학 (20세기 전반)
- 국가 경제 전체의 총수요, 총공급, 실업/인플레, 금리와 통화량
- 대표 : 존 케인스, 밀턴 프리드먼
3) 3단계 : 제도경제학 (20세기 후반)
- 법, 규제,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 대표 : 공공선택론, 법경제학
4) 4단계 : 행동경제학 (21세기)
- 인간의 심리와 편향이 경제 결정에 미치는 영향
- 대표 : 대니얼 카너먼, 아모스 트버스키
투자자는 이 네 단계를 모두 활용해야 합니다.
- 미시 : 개별 기업 분석 (ex :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 거시 : 금리, 환율, 경기 분석 (ex : 금리 인하 오나?)
- 제도: 정책, 규제 분석 (ex : IRA가 삼성에 유리한가?)
- 심리: 내 투자 심리 점검 (ex : 지금 군중심리에 휩쓸린 건 아닌가?)
핵심 흐름 : 낙관 → 비관 → 조정 → 확장의 반복
경제학 역사는 낙관 → 위기 → 비판 → 새 이론 → 다시 낙관의 사이클입니다.
- 애덤 스미스 낙관론 (18세기) : 시장이 모든 걸 해결한다
- 맬서스, 마르크스 비관론 (19세기) : 자원 제약과 자본 집중으로 위기 온다
- 한계혁명 조정 (19세기 후반) : 수요+공급 균형으로 설명 가능하다
- 케인스 위기 대응 (20세기 전반) :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 프리드먼 반론 (20세기 후반) : 정부 개입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 행동경제학 확장 (21세기) :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지금 우리는 존 케인스와 밀턴 프리드먼의 조합 + 행동경제학적 보완단계로 보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위기와 새 이론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경제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이론은 알겠는데, 이게 지금 뉴스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는 바로 그 간극을 메워주는 책입니다.
현대의 우리는 AI 혁명, 인플레이션 논쟁, 미-중 갈등, 기후위기, 양극화 같은 복잡한 이슈를 매일 마주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모든 이슈가 시장 vs 정부, 자유 vs 통제, 합리성 vs 비합리성이라는 경제학의 오래된 논쟁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투자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케인스와 프리드먼의 논쟁은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행동경제학은 내 자신의 투자 실수를 객관적으로 보는 도구가 됐습니다.
참고로 저의 포트폴리오에는 3년 전에 남들따라 샀다가 지금은 -50%를 육박하는 종목이 잠들어있습니다. 지금도 언젠가는 오르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니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행동경제학을 알았다면 지금에 이르지 않고 더 빨리 손절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았을 겁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3차 민생지원금을 준다는 이슈로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돈을 준다면 좋지만, 지금도 물가가 높은데 통화량을 더 푸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케인스의 논리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맞는 처방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 위험이 있을 가능성을 인지해야겠습니다. 2022년 폭발했던 인플레를 기억합시다.
이 책은 1989년에 쓰였지만, 2026년에 읽어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경제학의 핵심 질문들,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가’ 에 대한 물음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경제 뉴스를 볼 때마다, 케인스, 프리드먼과 같은 경제학자의 논리가 떠오르고, 정부 개입이 필요한 시장 실패인가를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여보고자 합니다. 그러면 뉴스가 단순한 정보로 보이지 않을 때가 오겠죠.
경제학 공부가 처음이거나, 이론이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단순한 경제학 교과서가 아니라, 생각하는 틀을 얻게 되는 책입니다.
그럼, 모두 성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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